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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초기에 있다
해마다 고추 심어보겠다고 모종 사서 밭에 꽂아놨다가 여름에 열매가 빈약하거나 탄저병으로 속 썩인 분들 많으시죠. 여름 텃밭 고추 키우기는 기본 원리만 제대로 잡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물주기, 지주 설치, 병충해 관리 타이밍을 놓치면 한 여름에 고추밭이 엉망이 되는 걸 순식간에 경험하게 됩니다. 올해 고추 심을 계획이라면 이 글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고추 모종 심는 시기와 준비
고추는 서리에 매우 약합니다. 마지막 서리가 지난 뒤 지온(땅 온도)이 15도 이상 안정적으로 올라갔을 때 심어야 합니다. 중부 지방은 대체로 5월 초~중순, 남부 지방은 4월 하순~5월 초가 적기입니다.
모종은 직접 씨앗에서 키울 수도 있지만, 텃밭 규모라면 모종을 사서 심는 게 현실적이죠. 좋은 모종을 고르는 기준이 있습니다. 잎 색이 진하고 광택이 있어야 하고, 줄기가 굵고 마디가 짧을수록 좋습니다. 웃자란 모종(줄기가 길고 가는 것)은 심어도 고생합니다.
모종 심기 2주 전에 밭을 준비하는 게 맞습니다. 고추는 배수가 잘 되는 사양토를 좋아하기 때문에 점토질 흙이라면 모래나 퇴비를 섞어 토양을 개선해주어야 합니다. 석회를 뿌려 pH를 6.0~6.5로 맞추는 것도 중요한데, 산성 토양에서는 병이 많아집니다.
고추 심기 전 밭 준비
토양 개량
퇴비 3~5kg/㎡ + 석회 200g/㎡ 뿌리고 깊게 갈아엎기
pH 조정
목표 pH 6.0~6.5, 산성이면 석회, 알칼리면 황 사용
두둑 높이
20~30cm로 높게 만들어 배수 확보
기비(밑거름)
완효성 비료 또는 유기질 비료 심기 2주 전 투입
모종 심기 - 간격, 깊이, 방향
모종은 주간 45~50cm, 이랑 간격 60~70cm로 심는 게 일반적입니다. 좁게 심으면 통풍이 나빠져서 병이 쉽게 생기고, 너무 넓으면 공간이 낭비됩니다. 텃밭 규모라면 한 줄로 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포기 간격 45cm 정도가 적당합니다.
심는 깊이는 모종 포트 높이 정도가 기준입니다. 너무 깊으면 줄기 아래가 썩을 수 있고, 너무 얕으면 뿌리가 노출됩니다. 심고 나서 뿌리 주변 흙을 꾹꾹 눌러주어 공기가 없게 밀착시키는 게 활착에 중요합니다.
모종을 심고 나서 물을 흠뻑 주고, 그늘막이 있으면 3~5일 정도 차광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갑작스러운 햇볕에 모종이 시드는 걸 막아주죠. 저도 처음엔 이걸 몰라서 심은 지 사흘 만에 잎이 다 축 처져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종 심기 직후 관리 포인트
심은 당일 뿌리 주변 흠뻑 관수 → 3~5일간 차광 → 활착 확인 후 차광 제거 → 1주일 후 웃거름 1차 투입. 이 타이밍이 초기 생육을 결정한다
물주기 - 양과 타이밍이 전부다
고추는 물을 좋아하지만 과습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뿌리가 물에 잠기면 금방 역병이나 시들음병이 옵니다. 물주기의 원칙은 겉흙이 마르면 흠뻑, 그 사이는 건조하게입니다.
여름철에는 고온 건조가 이어지면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낮 기온이 높을 때 물을 주면 뿌리가 데는 수가 있으니 아침 이른 시간이나 해 질 무렵에 주는 게 맞습니다. 점적 관수 호스를 설치하면 물 관리가 훨씬 편해집니다.
▲ 비가 온 다음 날에 물을 주면 과습이 됩니다. 비가 내린 양을 체크하고, 흙을 손가락으로 2cm 정도 파보아 촉촉하면 그날 물주기는 건너뛰는 게 원칙입니다.
| 생육 단계 | 물주기 기준 | 주의사항 |
|---|---|---|
| 정식 직후 (1~2주) | 매일 아침 뿌리 주변 집중 관수 | 활착 전 과습 주의 |
| 생육기 (3주~개화 전) | 2~3일에 1회, 흠뻑 | 겉흙 마름 확인 후 |
| 개화·착과기 | 1~2일에 1회, 수분 스트레스 없게 | 건조하면 낙화·낙과 |
| 한여름 고온기 | 아침저녁 나눠서 관수 | 낮 관수 금지 |
지주 세우기와 가지 정리
고추는 키가 80~100cm까지 자라기 때문에 지주를 세워주지 않으면 비나 바람에 넘어지고, 그 상처로 병이 생깁니다. 정식 2~3주 후, 모종이 어느 정도 안정됐을 때 지주를 세우는 게 적기입니다.
지주는 150cm 이상 되는 대나무나 원예용 지주봉을 사용합니다. 모종 옆 10cm 정도에 꽂고, 줄기를 8자 모양으로 느슨하게 묶어줍니다. 너무 빡빡하게 묶으면 줄기가 커지면서 조여서 상처가 생깁니다.
가지 정리는 첫 번째 꽃(지제1화)이 맺힌 분지 아래 곁가지를 모두 제거하는 게 기본입니다. 아래 곁가지를 남겨두면 수형이 무너지고 통풍이 나빠져서 병이 오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적정 분지 수는 4~6개로 관리하는 게 열매 품질에 유리합니다.
고추 지주 설치 및 가지 정리 순서
지주 설치 시기
정식 2~3주 후, 초기 활착 확인 후
지주 간격
1~2포기당 지주 1개, 포기 옆 10cm에 깊게 꽂기
줄기 유인
8자 묶기, 충분히 여유 있게
아래 곁가지 제거
지제1화 분지 아래 모든 곁가지 정리
주기적 유인
비료 주기와 병충해 관리
고추는 비료를 꽤 많이 필요로 합니다. 기비(밑거름)에 더해서 웃거름을 주기적으로 줘야 합니다. 정식 3주 후부터 2~3주 간격으로 복합비료 또는 액비를 줍니다. 착과 이후에는 질소보다 인산·칼리 비율이 높은 비료가 열매 비대에 좋습니다.
고추의 가장 무서운 적은 탄저병과 역병입니다. 탄저병은 고추 표면에 동그란 갈색 반점이 생기고 함몰되는 증상이 특징이고, 역병은 줄기 아래가 검게 물러 죽는 병입니다. 두 병 모두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잘 번지죠.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장마철을 앞둔 6월 하순부터 2주 간격으로 예방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기본 루틴입니다. 탄저병에는 프로피네브(안트라콜) 계열, 역병에는 메탈락실 계열 약제가 효과적입니다. 약제를 교체하면서 사용하는 게 저항성 예방에 좋습니다.
탄저병 초기 증상
고추 표면에 작은 갈색 반점 → 함몰 → 검게 변하며 썩음. 장마 전부터 예방 살포 시작, 병든 고추는 즉시 제거해 전파 차단. 한번 번지면 밭 전체로 퍼진다
진딧물도 골칫거리입니다. 새순이나 꽃봉오리 부근에 빼곡하게 붙어서 식물 즙액을 빨아먹죠. 초기엔 물로 씻어내거나 천연 살충제(님 오일 희석액)로 대응하고, 개체 수가 많아지면 이미다클로프리드 계열 약제로 처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고추꽃이 떨어지는 이유는 뭔가요?
낙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고온(35도 이상)이나 저온(15도 이하) 스트레스, 수분 스트레스(건조 또는 과습), 질소 과다로 인한 과번무, 일조 부족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개화기 수분(꽃가루) 성숙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바람이 없는 날에는 손으로 살살 흔들어 수분을 도와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착색이 느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녹색 고추가 붉게 물드는 데는 보통 30~45일이 걸립니다. 착색이 느린 건 일조량 부족이나 야간 기온이 너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한 착과(열매가 너무 많이 달린 것)도 원인이 되는데, 이럴 때는 열매를 일부 솎아내면 남은 열매 착색이 빨라집니다.
여름 고추 수확은 언제 하나요?
청양고추나 매운 고추는 청고추로 수확하거나 빨갛게 익은 뒤 수확할 수 있습니다. 녹색 상태(개화 후 45~60일)에 수확하면 식감이 단단하고 매운맛이 강하고, 완숙(홍고추)은 단맛이 더해집니다. 1주일에 1~2번 수확하면 새 열매 착과가 계속 촉진됩니다.
출처 - 농촌진흥청
고추 키우는 게 처음엔 막막하지만 실제로 심어보면 생각보다 강한 작물입니다. 다만 통풍이 나쁘거나 물이 정체되는 환경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병을 퍼뜨리더라고요. 두둑을 높이 만들고, 가지를 정리해서 통풍을 확보하는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올여름 텃밭 고추밭이 풍성하길 바랍니다.
